
우리는 하루에도 세 끼 이상을 먹고 싼다. 산다는 건 무엇일까, 먹고 싸는 일은 또 무엇일까?
그저 우리 몸이 주어진대로 버티며 살고자 하는 본능인데 이런 반복적인 행위에 숭고한 의미를 부여해 본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아니, 지금 내가 이런저런 수식어들을 붙여 의미를 부여하고 인생의 정답을 찾으려 한들 내 짧은 안목과 부족한 글솜씨로는 타인에게 특별함을 전할 수 없을 것이다.
평소 우리 삶속에서 수없이 많이 스쳐가는 사소한 모든 것들, 그저 버려지는 일순간들에 특별함을 부여하는 글쓰기가 있다. 바로 김훈 작가 머리와 가슴, 손을 거쳐 탄생하는 모든 글들이 그러하다.
소설은 물론이며 그가 남긴 짧은 에세이글 역시 독자들에게 사소함 속에서 특별함을 전달한다. 그에게는 모든 사물과 순간들이 하나의 유기체이며 세상과 소통하고 작용하는 마치 살아있는 무언가로 느껴진다. 사물에 숨을 불어넣고 순간의 찰나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그렇게 그를 거친 글감은 세상 각각의 독자들에게 저만의 의미를 부여하며 글로써의 역할을 다해낸다.

계속해서 토지를 읽다보니 에세이 글이 읽고 싶었다. 다만 조금은 특별한 글을 읽고 싶었다. 잘쓰고 못쓰고를 떠나서 결국 내 마음에 와닿고 열정적으로 읽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외국 에세이도 몇 권 구입해서 읽었지만 결국 중도포기, 그리고 다른 작가들의 가벼운 에세이도 읽었지만 역시나 성에 차지 않았다. 물론 그분들의 작품이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다. 부족한건 훌륭한 그분들의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 자신일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고민하다가 결국 김훈 작가의 에세이집을 또 꺼내들었다. 며칠 전 '연필로 쓰기'에 이어 연이어 읽는 책이다. 두 책 모두 이미 예전에 읽은 책이다. 그럼에도 김훈 작가의 책은 읽는 것만으로도 기대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미 기억속에 남아있는 소재와 문장이지만 언제 보아도 새로 만나는 듯한 느낌, 그리고 작가의 인생관이 반영되어 그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아마 평생을 옆에 두고 몇 번이나 꺼내어 읽게 될 책이다.
평소 김훈 작가를 소설로만 만났기에 그의 에세이집은 낯설면서도 그의 심오한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두꺼운 책은 아니지만 그의 어린 시절과 성장과정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고, 또 우리 사회에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서도 짧은 글에 핵심을 간추려 독자들에게 전달했다. 화려하고 세상을 떵떵거리는 울림은 아니지만 당면한 문제에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인간의 삶에 가치는 어떤 세상을 바라보고 나아가야 하는지 독자들에게 잔잔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책은 김훈 작가가 바라본 세상을 ‘밥, 돈, 몸, 길, 글’이라는 소재로 나누어 쓰여진 에세이 책이다. 평소 김훈 작가를 너무 좋아해서 주변에 읽어보기를 많이 권하는데, 사실 소설의 경우 호불호가 조금 갈리는 편이다. 책을 많이 읽고 좋아하는 몇몇 분들은 너무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었고, 이제 막 독서를 시작하려는 사람들 중에서 작가의 책을 읽고 금방 열혈팬으로 되어버리는 경우도 보았다. 아마 작가의 소설이 조금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 역시 이 책은 편안한 마음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가볍지 않은 주제들도 많이 들어가 있지만 소설의 전개를 파악해야 하는 책이 아니기에 충분히 작가의 생각과 세상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한창 일과 육아에 빠져 글쓰기에 소홀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바쁜 와중에도 책은 많이 읽은 편인데 도무지 리뷰를 쓰고, 내 이야기를 풀어 쓸 수 있는 여유를 갖지 못했다. 최근 다시 마음을 다잡고 육아와 일도 열심히 하면서 내가 쓰고 싶은 글도 조금씩 써내려가고 있다. 그런 와중에 김훈 작가의 에세이 책을 읽으며 다시 글쓰기에 욕심과 열정에 불이 붙고 있다. 많이 부족하지만 항상 기쁜 마음으로 글을 쓰곤 했었는데, 최근에는 바쁘다는 핑계와 자꾸 자신감이 떨어져 글을 쓰는 일이 쉽지 않았다. 책 리뷰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 쓰고 있지만 여전히 스스로에게 만족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다시는 멈추는 일 없이 나만의 세상을 적어 내려가볼까 한다. 남들보다 화려하고 특별한 인생은 아니지만 내가 걸어왔던 삶의 여정 역시 누군가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나만의 작품이다. 그저 나 자신이 느끼기에 즐거우면서 또 누군가는 내 글을 읽고 한 번이라도 공감하고 소통해준다면 글을 쓰는 입장에서 이보다 즐겁고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김훈 작가의 발 끝에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당연하지,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인데…), 나는 그저 내게 주어진 삶의 길을 걸어가며 조금이나마 그의 발자취를 더듬거리며 나만의 글을 써내려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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